짧은 설교 · 2026-10-30
하나님께 묻기 전에 마음을 정하지 마십시오
설교 요약
길르앗 라못 전쟁을 앞둔 아합은 승리를 외치는 선지자 사백 명의 말만 듣고, 흉한 말을 한다는 이유로 미가야를 미워했습니다. 이미 정한 답을 승인받으려 묻지 말고, 마음을 정하기 전에 불편해도 참된 하나님의 말씀을 먼저 여쭙자고 권합니다.
성경 본문
열왕기상 22:1-12 ·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에서 본문 읽기
설교
큰 결정을 앞두고 우리는 여기저기 묻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미 마음을 정해 놓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듣고 싶은 대답을 해 줄 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반대할 것 같은 사람에게 거는 전화는 미룹니다. 묻기는 묻는데, 사실은 허락을 받고 싶은 것입니다. 오늘 아합이 꼭 그렇게 물었습니다.
아람과의 전쟁이 멈춘 지 삼 년이 지났습니다. 아합이 살려 보낸 벤하닷은 빼앗은 성읍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길르앗 라못은 여전히 아람 손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맺은 약속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아합은 그 실패에서 배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실패의 원인을 돌아보는 대신 다시 칼을 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제 아합은 그 땅을 되찾으러 나가려 합니다. 마침 찾아온 유다 왕 여호사밧에게 함께 가자고 하자, 여호사밧은 기꺼이 응합니다.
그런데 여호사밧이 한 가지를 청합니다. 먼저 여호와의 말씀을 물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빼앗긴 땅을 되찾는 일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명분도 있었고 동맹도 든든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하나님께 묻는 일을 건너뛰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미 마음이 기울었어도, 마지막 판단은 하나님께 맡기려 한 것입니다.
아합은 선지자 사백 명쯤을 모았습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올라가라고, 주께서 그 성을 왕의 손에 넘기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드기야는 철로 뿔들을 만들어 들고, 이것으로 아람 사람을 찔러 진멸하리라고 외쳤습니다. 사백 명이 같은 말을 하고 그중 하나는 무대까지 꾸몄으니, 분위기는 이미 승리였습니다.
그러나 여호사밧은 그 소리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이들 말고 물어볼 만한 여호와의 선지자가 없느냐고 묻습니다. 사백 명이 하나같이 왕이 듣고 싶은 말만 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던 것입니다. 숫자가 많다고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말을 할 때 오히려 한 번 더 묻는 것, 그것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의 분별력입니다.
아합의 대답이 이 이야기의 속을 드러냅니다. 한 사람이 있기는 한데, 그는 늘 흉한 일만 예언하기 때문에 자기가 그를 미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합에게 문제는 그 말이 참이냐가 아니라 그 말이 듣기 좋으냐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단 한 사람, 미가야를 곁에서 밀어냈던 것입니다. 미가야가 미움받은 이유는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참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아합의 방식으로 물을 때가 있습니다. 기도한다고 하면서 이미 정한 답을 하나님께 승인받으려 합니다. 이 직장으로 옮겨도 되겠느냐고 기도하면서 이미 마음속으로 사표를 써 두었고, 이 길이 맞느냐고 물으면서 이미 계약서에 서명할 날짜를 잡아 두기도 합니다. 말씀을 읽으면서도 마음에 드는 구절에서만 멈추고, 찔리는 구절은 빨리 넘깁니다. 내 결정을 응원해 주는 목소리는 크게 들리고, 멈추라고 하는 목소리는 귀찮게 들립니다. 그렇게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으면, 결국 나 자신의 목소리만 듣게 됩니다.
여호사밧에게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면서도 이미 아합과 손을 잡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물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확인하려 했습니다. 그 한 번의 물음이 이 이야기에 진실이 들어올 틈을 열었습니다.
하나님께 묻는다는 것은 내 계획에 도장을 받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답을 따르겠다는 마음으로 여쭙는 일입니다. 때로는 기다리라는 답, 멈추라는 답이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묻는 사람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자기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오늘 결정을 앞둔 일이 있다면, 마음을 정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여쭈십시오. 듣기 좋은 목소리만 찾지 말고, 불편해도 참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 말씀이 당장은 불편해도, 결국 우리를 살리는 길입니다. 하나님의 대답은 언제나 우리의 계획보다 깊습니다. 사백 명의 박수보다 한 사람이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길을 지켜 줍니다.
mokhub 편집팀 · 공개 2026.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