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설교 · 2026-11-03
믿음의 가지치기
설교 요약
정직했지만 산당과 잘못된 동맹을 끊지 못한 여호사밧은 파선의 아픔을 통해 다듬어졌고, 아하시야는 부모의 우상숭배를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다듬어야 할 가지는 잘라 내고, 잘못된 길에서는 돌아서자고 권합니다.
성경 본문
열왕기상 22:41-53 ·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에서 본문 읽기
설교
겨울 과수원에 가 보면 농부들이 멀쩡해 보이는 가지를 잘라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농부는 압니다. 그 가지를 그대로 두면 나무는 무성해져도 열매는 작아집니다. 잘 자라는 나무일수록 가지치기가 필요합니다.
오늘 본문은 열왕기상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남유다의 여호사밧과 북이스라엘의 아하시야, 두 왕의 이야기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달랐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가지치기가, 다른 한 사람에게는 방향을 바꾸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여호사밧은 아버지 아사의 길로 행하며 여호와 앞에서 정직하게 행한 왕이었습니다. 이십오 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고, 아버지 때에 남아 있던 남색하는 자들을 그 땅에서 쫓아냈습니다. 아버지의 믿음이 아들에게 잘 이어진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유산은 믿음의 삶입니다. 성경이 정직하다고 평가한 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호사밧에게도 잘라 내야 할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는 산당을 끝내 없애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을 섬긴다면서 산당에서 제사하는 섞인 신앙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또 그는 아합 집안과 혼인으로 동맹을 맺었습니다. 그 관계 때문에 아합의 전쟁에 따라 나갔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정직한 왕이었지만, 관계와 이익 앞에서는 자꾸 흔들렸습니다.
하나님은 그 가지를 그냥 두지 않으셨습니다. 여호사밧은 금을 얻으려고 오빌로 보낼 배를 만들었지만, 그 배는 에시온게벨에서 파선했습니다. 큰 손해였습니다. 공들여 준비한 일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 아하시야가 자기 종들도 함께 배에 태우자고 했을 때, 여호사밧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함께하면 일이 더 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눈앞의 이익보다 하나님 앞에서 깨끗한 쪽을 택했습니다. 아픈 실패가 그에게는 가지치기가 된 것입니다.
반면 아하시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아버지 아합의 길과 어머니 이세벨의 길, 그리고 이스라엘을 범죄하게 한 여로보암의 길로 행했습니다. 바알을 섬겨 여호와를 노하시게 했습니다. 그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우상을 섬기는 습관이었습니다. 부모의 믿음이 유산이 되듯, 부모의 죄도 자녀에게 그대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그에게는 몇 가지를 다듬는 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길을 잘못 든 차는 아무리 속도를 내도 목적지에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빨리 달릴수록 더 멀어집니다. 아하시야에게 필요한 것은 더 좋은 지위나 건강이 아니라 차를 돌리는 일, 곧 회개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돌이키지 않았고, 겨우 이 년을 다스리다가 생을 마쳤습니다.
이 두 왕의 모습은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예배하며 살지만, 아직 내려놓지 못한 습관이나 욕심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몰래 기대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내 안의 산당입니다. 작아 보여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결국 나를 넘어지게 합니다. 오래 다닌 교회와 익숙한 신앙생활 속에서도 그런 가지는 조용히 자랍니다. 또 어떤 영역에서는 처음부터 하나님을 등진 방향인데도 열심히 달리기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믿음의 길에는 두 가지 은혜가 필요합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돌아서는 회개의 은혜가 필요하고, 바른길에 들어섰다면 날마다 다듬어지는 성장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열매 맺는 가지를 더 열매 맺게 하려고 깨끗하게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지치기는 버림받았다는 표시가 아니라 열매를 기대하신다는 표시입니다.
오늘 하나님이 잘라 내라고 하시는 가지가 있다면 아까워하지 마십시오. 그 가지가 붙어 있는 동안에는 열매가 자랄 자리가 없습니다. 실패와 손해처럼 보이는 일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를 다듬고 계실지 모릅니다. 그리고 만약 내 삶의 방향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돌아서십시오. 다듬어진 가지에 열매가 맺히고, 돌아선 사람에게 새 길이 열립니다.
mokhub 편집팀 · 공개 2026.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