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설교 · 2026-10-29
하나님은 돌이킬 기회를 남겨 두십니다
설교 요약
나봇의 포도원에서 엘리야에게 심판을 선고받은 아합이 옷을 찢고 몸을 낮추자, 하나님은 그 모자란 회개도 보시고 재앙을 미루셨습니다. 심판이 미루어진 시간은 방심이 아니라 돌아오라고 주신 시간이니, 변명을 내려놓고 지금 돌이키자고 권합니다.
성경 본문
열왕기상 21:17-29 ·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에서 본문 읽기
설교
잘못을 들킨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아이들은 혼날 줄 알면서도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고, 어른들은 더 그럴듯한 설명을 찾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변명할 말을 다 잃어버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변명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 아합에게 그런 순간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나님이 무엇을 하셨는지가 오늘 말씀의 놀라움입니다.
나봇이 죽자 아합은 포도원을 차지하러 내려갔습니다. 바로 그곳에 엘리야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끝난 줄 알았던 일을 하나님은 다 보고 계셨고, 그 일을 말할 사람을 그 자리에 보내셨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그 땅을 빼앗은 죄는 하나님 앞에서 결코 감추어질 수 없었습니다. 포도원은 손에 넣었지만, 그곳은 하나님의 말씀을 마주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아합은 엘리야를 보자마자 그를 대적자라고 부릅니다. 그에게 엘리야는 늘 불편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를 거스르고 있던 분은 엘리야가 아니라 하나님이셨고, 하나님을 적으로 만든 것은 아합 자신이었습니다. 엘리야는 그가 자기를 팔아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다고 선언합니다. 포도원 한 곳을 얻으려고 자기 영혼을 내준 셈입니다.
선고는 무거웠습니다. 나봇의 피를 핥던 개들이 아합의 피도 핥을 것이고, 그의 집안은 끊어질 것이며, 이세벨도 비참한 최후를 맞을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성경은 아합처럼 자기를 팔아 악을 행한 사람이 없었다고 덧붙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야기는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뜻밖의 장면이 이어집니다. 아합이 이 말씀을 듣고 옷을 찢고, 굵은 베로 몸을 동이고, 금식하며 풀이 죽어 다녔습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경고를 듣고도 꿈쩍하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말씀이 그의 마음에 닿은 것입니다. 왕의 옷 대신 굵은 베를 걸친 그의 모습은, 처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리를 안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솔직히 아합의 회개는 온전해 보이지 않습니다. 나봇의 이름을 회복시켰다는 말도, 포도원을 그 가족에게 돌려주었다는 말도 없습니다. 바알의 제단을 허물었다는 기록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기준으로 보면 턱없이 모자란 회개였습니다. 그는 그저 하나님 앞에서 몸을 낮추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말씀하십니다. “아합이 내 앞에서 겸비함을 네가 보느냐.” 그리고 그의 시대에는 재앙을 내리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심판은 취소되지 않았지만 미루어졌습니다. 가장 악한 왕의 작은 낮아짐도 하나님은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하나님입니다. 죄를 미워하시지만 죄인이 돌아오기를 더 기다리시는 분, 심판을 말씀하시면서도 돌이킬 문을 닫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아합 같은 사람에게도 기회가 남아 있었다면, 오늘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을 리 없습니다. 십자가는 이 기다림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 줍니다. 하나님은 죄를 덮어 두지 않으시고 그 값을 아들에게 지우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누구든지 돌이켜 나아오는 사람을 용서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너무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잘못을 너무 여러 번 했다고, 이제 와서 돌아서는 것은 염치없다고 말합니다. 혹은 반대로,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여깁니다. 이 일만 끝내면, 마음이 좀 정리되면 그때 돌아가겠다고 미루기도 합니다. 그러나 심판이 미루어진 시간은 방심하라고 주신 시간이 아니라 돌아오라고 주신 시간입니다.
아합은 그 기회를 끝까지 붙잡지 못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듣기 싫은 말씀을 밀어내는 자리로 돌아갑니다. 다음 장에서 그는 미가야의 경고를 듣고도 끝내 전쟁터로 나갑니다. 하나님이 남겨 두신 기회는 한 번 슬퍼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삶의 방향을 바꿀 때 열매가 됩니다.
오늘이 하나님이 남겨 두신 바로 그 기회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변명을 내려놓으십시오. 마음을 찌르는 말씀이 있다면 피하지 말고 그 앞에 엎드리십시오. 하나님은 낮아진 마음을 보시고, 돌이키는 걸음을 기다리십니다.
mokhub 편집팀 · 공개 2026. 10. 29.